여러 해 만에 혜중이가 집에 오면서 나는 진기한 신문물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그 중 하나가 fitbit이다.
혜중이는 귀국하던 바로 다음 날, 가로수길의 애플 스토어에 가서 노트북과 테블릿을 최신형으로 사주었다. 나는 테블릿은 처음 가져 본다. 그리고 그게 꼭 필요한 지도 잘 모른다.예전 같으면 많이 돌아다녔으니... 이제는 압정으로 찔러 놓은 벌레처럼 연구실에만 틀어 박혀 있는데... 그래도 너무 이뻐서 주는대로 받았다.
헤중이는 애플워치보다는 fitbit이 가성비가 높다고 하였다. 나는 뭐에 쓰는 물건인지도 모르는데... 하여튼 그것도 하나...그리고 이번에 세번째 fitbit. 뭐 1년에 한번씩 개비를 해야 한다면 그게 싼건지 잘 모르겠다.
fitbit을 착용하고야 나는 처음으로 내 수면시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때는 방사선 치료 후 누가 봐도 병색이 완연했다. 수술을 한 곳이 얼굴 정 중앙이니...ㅋㅋ 나는 어떻게 몸을 추스려야 할 지 몰랐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그건 정보가 하나도 없는 것과 다름없다. 요양병원은 실비보험이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므로 보험이 없는 사람은 한달에 1200만원이 넘는 입원비를 감당하기 버겁다. 듣도보도 못한 온갖 주사와 치료방법들... 뭘 믿어야 할 지...
나는 일단 모든 약을 끊었다. 그리고 몸의 반응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녹즙을 마시면 ...? 굶으면... 고기를 먹으면... 이런 식으로 내 몸으로 실험을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수면시간이다. fitbit은 내가 하루 평균 5시간을 잔다고 알려 준다. 그런데 권장 수면시간은 7~8시간. 평생 잠을 줄여가며 달려온 몸은 어느 날 잠을 더 자려고 맘을 먹는다고 잠들지 않더라. 몇 달이 지난 후 나는 잠이 오든 오지 않든 저녁 9시에는 잠자리에 들기로 맘을 먹었다.
fitbit은 한달 동안 수면을 분석해 6가지 동물로 구분해 놓았다. 하루밤에도 수 차례 잠이 깨던 나는 일년이 넘도록 돌고래... 그러다 석 달 전에 드디어 곰으로 바뀌었다. "곰의 수면은 길고 편안하고 깊은 수면과 램수면의 비율이 높다" 잠자는 시간도 평균 6시간으로 늘었다.
이번에 혜중이가 다시 보내 준 fitbit에서 업데이트 후 통계를 보니 이번에는 앵무새로 바뀌었다!! "집중력이 높고 에너지가 넘치는 앵무새"
혜중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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