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 그믐이구나.
어렸을 적 생각이 난다. 명절이면 그 전날부터, 그리고 당일 아침엔 본격적으로 엄마와 아버지는 실랑이를 했다. 큰 집 제사에 가자는 엄마와 싫다며 이불 속에서 일어나지 않던 아버지... 나중엔 아버지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 엄마는 어린 우리만 앞세우고 큰집에 가서 큰엄마와 큰아버지에게 면목없어 했다. 갔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까웠던 큰 집. 그게 명절마다 반복되었다.
이어지는 다른 장면, 얼마동안 친할머니가 우리 집에 와 계셨다. 그 때는 아침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었다. 엄마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상을 따로 차렸고 싫다는 우리를 할머니 방으로 몰아 보냈다. 마지 못해 할머니 밥상에 둘러앉은 우리에게 할머니는 저 방에 가서 밥을 먹고 싶으면 가라고 하셨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린 동생들이 우르르 밥그릇을 들고 안방으로 달려가고 나면, 나만 차마 가지 못하고 할머니 곁에 덩그러니 남아 시무룩했던 기억.
왜 아버지는 자기 엄마와 형제들을 그렇게 싫어하나? 자기는 엄마고 형제고 마주 앉지도 않으려 하면서 왜 우리가 서로 싸우면 형제 간에 우애가 좋아야 한다고 나무라나?
그러나 아버지는 참으로 당당했다^^
내가 17살 쯤 되었을 때, 우리는 살던 곳을 떠나 다른 도시에 있었다. 나는 혼자 큰 집 제사에 가겠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엄청 화를 냈지만 나는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고, 이해하고 싶었다.
그 후, 여러 해 동안 큰 집만이 아니라 아버지의 사촌, 오촌들을 만나면서 나는 우리 집안의 가족사를 입체적으로 알아갔다. 여러 해가 지난 후, 나는 아버지를 이해했다... 그리고 외로웠던 아버지 곁을 끝까지 지키기로 마음 먹었다. 지금은 그 분들 대부분이 돌아가셨다.
인간이 무엇인지, 세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온 세상을 다 돌아 다니고 수 많은 사람들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는 듯 하다.
문득 모든 것이 참 단순하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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