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명희가 준 배추로 끓이는 배춧국. 나는 왜 일상의 순간에 감동하는가.
2023년 1월 6일. 인하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조직검사를 하였다. 코 안의 종양이 양성인지 악성인지 확인해 봐야 하지만 수술은 해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가능한 한, 수술날짜를 빨리 잡아 달라고 하였다. 봄학기 강의에 지장이 없도록…^^ 다른 검사를 하기도 전에 수술 날짜부터 잡았다. 2월 15일.
1월 15일, 건강보험에 비강암 환자로 등록이 되었고, 내시경으로 하는 수술은 1박2일 입원으로 끝나는 간단한 거라고 들었다.
수술을 한 날 오후, 의사가 와서 약간 머뭇거리며 수술과정에서 뇌막이 찢어져 관찰을 해야 하니 입원기간이 길어졌다고 하였다. 퇴원 후에도 일주일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라고 하여 보름 정도 누워 있어야 했다. 병원 입원기간에는 명희가(제부 미안!), 퇴원 후에는 질녀인 수현이가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내 곁에 있었다.
수술로 끝나지 않았고 방사선 치료가 이어졌다. 혜중이는 방사선치료를 받지 말라고 권했지만 나는 대안도 무작정 거절할 용기도 없었다. 방사선 치료 후 현저하게 떨어진 체력은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간간이 혜중이 말을 들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청주의 성모꽃마을에서 두 달 반을 지낸 후 가을 학기에 학교로 돌아 왔으나 하루하루가 스릴 만점이었다. 나는 삶의 패턴을 완전히 바꾸고 많은 부분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지막까지 놓지 않은 것은 공부였다. 내게는 좋은 처방이었던 듯. 사실 공부에 몰입 하면서 다른 생각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수술 후 몸을 움질일 수 없을 때 누워서 유튜브나 책으로 온갖 정보를 접한 후의 내 결론은 단순했다. 특별한 무엇을 하기보다 일상을 조화롭게 지내기.
예전 세무과에서 근무하면서 출근 전 한시간씩 엑셀을 연습했을 때처럼 지금도 일주일 동안 공부한 것을 강의시간에 학생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즐거운 동기부여가 되었다.
2024년 초, 내가 더 포기한 것 중 하나가 음식만들기. 거의 열 달 정도 음식을 만드는게 싫었다. 대체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내 몸을 움직이는 것과 공부인데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 나는 다른 데 힘을 아끼지 않을 수 없었다.
듣고 보았던 것들 중 하나가 재발이나 전이가 잦은 때가 발병 이 년 전후라고 한다. 그 정보를 접했을 때 내게 과연 이년 후가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지금 짚어 보니 어느 새 이년…!! 설 연휴 전에 흉부와 복부 MR검사가 예약되어 있고 거의 두달 간격으로 이런저런 검사가 이어진다.
먼 소리를 들으면 그 때 가서 생각하자고 미리 걱정을 하지는 않지만, 언제고 이 일상이 툭 끊길 수 있다는 생각을 바닥에 한자락 깔고 살아가는 이 하루하루는 내게 얼마나 소중한가!
병이 생기기 전에 비해 훨씬 더 생생한 순간순간의 삶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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