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생일을 핑게삼아 여러 달 만에 집에 왔다. 내가 있는 곳에서 지하철 너댓 역 거리에 사는 서현이와 온수역에서 만나 같이 점심먹고 광주로... 저녁이 거할 것을 생각하여 소박하게 주문을 하였는데 식사 중에도 몇 번이나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는다. 내가 한 요리도 아니구먼 기분이 좋군. 내년에 혜중이 오면 같이 와야지.
혜중이가 두 번째 한국에 오던 해에 가방에서 뭘 한 보따리 꺼내더니 집 안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우리 집의 카메라는 주방을 향해 있다. 식구들 얼굴에 이름을 붙여 놓아 우리 중 누군가 카메라에 잡히면 즉시 혜중이에게 메일이 간다고 한다. 어쩌다 내가 집에 가면 5분도 되지 않아 미국에서 전화가 올 때도 있다.
미국에는 카메라가 더 많다. 주방과 자기 사무실 내부, 정원, 주차장... 카메라는 사람이 움직이면 자동으로 찍어 그 장면을 저장한단다. 혜중이는 화면이 제일 큰 아이패드를 엄마에게 사 주고 작동법을 알려 드렸다. 엄마는 매일 아이패드로 미국의 막내 가족을 본다. 손주들의 차도 엄마는 다 구별한다. 누가 언제 나가는지, 돌아오는지 내게 보여주곤 한다.
잘 오지 않고, 생전 전화 한 통없는 나에게 엄마는 전화하지 않는다. 내게 방해될까봐^^ 머 맨날 혼자 있는데 무슨 방해가 돼? 그러면 혹시 자는데 깨울까 공부하는데 방해될까 걱정이 된단다. 나의 생존 여부는 페북으로 확인한다. 요 몇 달, 거기에 글도 올라오지 않아 궁금했다고... 좋아요를 누를 줄 모르지만 내 가장 열렬한 페친은 엄마!!
몇 달 전, 같은 빌라 4층에 사시는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동안 여러해 째, 매주 미사에 엄마를 모시고 다니던 분이다. 이제부터 엄마를 미사에 모시고 가지 않겠다고 한다. 새해 95이 되는 엄마는 걸음이 자유롭지 않다. 혹시 성당에서 무슨 일이 생길까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아이고, 물론이지요. 그동안 어떻게 그토록 엄마에게 정성을 다해 주셨는지 믿기지 않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침 다섯시 반이 되자 엄마가 초를 켜서 모니터 앞에 두고 TV를 켠다. 평화방송에서 묵주기도를 하는 시간이다. 묵주기도 후에는 미사가 이어진다. 엄마의 하루는 막내조차 환갑이 넘은 자기 아이들을 위한 기도.
오랫 만에 가족들 사이에서 느끼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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