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서 출발하기 전, 우리는 아침식사를 하고 싶었다. 숙소 근처에서 식당을 찾다가 동생은 포장비닐을 파는 가게에 들어갔다. 다양한 크기의 봉투는 무게가 꽤 나갔고, 우리는 봉투를 맡겨놓고 가까운 식당이 있는지 물었다.
재래시장 안의 식당은 배달을 주로 하는 듯 했고, 그릇을 찾으러 갔는지 주인이 없었다. 기다리다 5,000원짜리 생선찌게 3인분을 주문했다. 반찬은 정갈하고 맛있었다. 동생과 내가 수다를 떠는 동안 엄마가 밥값을 냈다고 한다.
우리는 길을 떠났다. 노닥노닥 휴게소를 몇 군데나 들렀나. 마지막 휴게소 벤치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엄마의 안색이 좋지 않다. 주머니의 돈을 꺼내다 보니 아까 식당에서 거스름돈을 잘못 받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밥 한 공기에는 손을 대지 않았는데 한 공기 값을 제하고 14,000원만 받을 생각이었나보다 실수로 만원을 더 주었는지 거스름돈이 46,000원이라는 것이다.
4,000원에 세 사람이 식사를 했다니! 엄마, 걱정마. 내가 돌려 줄께
트렁크에서 비닐봉투를 사고 받은 영수증을 꺼내 보니 전화번호는 없지만 주소가 있다. 인터넷으로 주소를 검색하니 상호, 전화번호가 뜬다. "저기요. 아침 일찍 거기서 봉투를 사고 가까운 식당을 물었던 사람을 혹시 기억하시나요?" 그런데 아침의 그 분은 퇴근했고, 자기는 그 때 있던 사람이 아니란다.
사정을 이야기하고 우리가 갔던 식당의 위치를 설명했다. 얼마 후 전화가 왔다. 식당주인은 우리를 기억했지만 거스름돈을 맞게 주었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아니예요. 저도 엄마가 받은 돈을 확인했는데 돈을 더 주셨어요. 만원을 보내고 싶은데 그 분 계좌번호를 알 수 있을까요?" 그러자 요즘 노인들은 전화사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에게 계좌번호 알려주는 것을 꺼린다며 자기 통장으로 돈을 보내면 전달해 주겠다고 한다.
정신이 없기로 하자면 나도 그 식당 아주머니보다 나을 것이 없다. 아무리 뒤져도 OTP카드를 찾을 수 없다. 밤 10시 반에 나는 온수역 옆의 농협에 가서 송금을 하고 영수증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 오후, 식당 아주머니가 만원을 들고 있는 사진이 문자로 왔다.
마음 속에서 뭔가 따뜻한 기운이 번지는 듯 하다. 이 일을 잊고 싶지 않다. 왜? 다 늦게, 그러나 이제라도 나는 인간에게서 희망과 가능성을 보는 법을 배우고 싶은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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