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를 받는 부위의 피부는 시간이 지나면서 붉어지다가 검은 색으로 변한다. 내 코는 점점 동화책에서 보았던 고주망태 할아버지의 코처럼 검붉은 색으로 변해 갔다.
치료가 끝난 후 두 주일이 지나면서 목 안의 점막이 아물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색이 변한 코 만이 아니라 미간과 양 볼이 두드러기가 난 것 처럼 붉게 변하더니 가렵고 아팠다. 피부병인가?
내일은 꼭 피부과에 가 봐야지 맘먹다가 아침이 되면 좀 가라앉곤 했다. 이게 뭐지?
나는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은 아무 것도 삼킬 수 없었으므로 미음이나 하모닐란을 먹다가 처음으로 버섯을 볶아 밥을 먹은 것이 생각 났다. 없던 버섯 알러지가 생겼나? 그런데 그라비올라 잎을 끓인 차를 마셨을 때도 발진이 나지 않았나? 이건 어떤 특정한 음식 때문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면역이 떨어져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동안 힘들다고 늘어져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러면 안될 것 같았다. 허문경 교수님이 몇 번이나 고압 산소 이야기를 했지만 듣고만 있었는데… 지난 월요일 나는 부천에서 고압 산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 두 곳을 다녀 왔다. 다음 날은 개봉역 근처의 요양병원에 갔다.
그동안의 인터넷 검색과 직접 병원에 가 본 것이 도움이 되어 병원에서 하는 말을 더 잘 알아 듣게 되었고 판단력도 쬐끔 생겼다.
세번 째 요양병원에서 면역증강제인 싸이모신과 고압 산소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와 한숨 자고 나니 화끈거리던 얼굴이 가라앉는게 느껴졌다. 치료는 일주일에 두번, 어제 세번째로 병원에 다녀와서 나는 훨씬 마음이 가벼워졌다.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요양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이런 저런 안내를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중 비급여로 제공되는 고압산소 치료를 받으면 훨씬 수월하다고 되어 있다. 그 때는 엄청난 치료비 때문에 나는 감히 엄두도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며칠 전, 몸이 아픈데 직장에서 휴가를 내 주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고 세상을 떠난 젊은이에게 산재를 안정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사람은 아프면 누구나 같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일단 병이 나면 그건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이 빠진 것과 비슷하다. 살아남기 위해 허우적거리기는 하겠지만 환자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경제적 사회적 여건이 생사를 가른다.
처음 병명을 알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만일 내가 10년 전에 이 병을 앓았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았다. 그랬더라면… 지금처럼 내시경으로 수술을 하지 못하고 코의 옆면에서 인중까지 절개를 했을 지도 모른다. 인터넷에는 실제 그럼 수술을 받은 사람의 사진이 있다.
암환자가 검사, 수술과 치료를 받을 때 비용의 5%만 내는 제도는 2013년도 부터 시행되었다. 내가 이 제도 시행 전에 병을 앓게 되었다면 수술은 커녕 검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도 누군가는 그런 처지에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받은 치료와 누리는 이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의학의 발달과 제도의 보완과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지지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싶다. 어쩌면 생각보다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보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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