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치과진료를 받아야 한다. 방사선 치료 후 몇년 동안은 치아치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금요일이었던 2월 24일 치과의사는 왼쪽 아래 어금니를 하나 발치해야 한다고 하였다. 다음 진료는 3월 2일로 잡혔다.
토요일, 나는 동네 치과에 갔다. 기왕 발치를 해야 한다면 한주일이라도 빨리 하고 싶었다. 발치 때문에 방사선 치료가 더 미뤄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보통 수술 후 한 달이면 방사선 치료를 시작하는데 나는 찢어진 뇌막이 아물기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한달 반 정도 후에 시작한다는데 이제 발치까지 한다면 거기서 더 늦어질 것 아닌가. 발치 후 임프란트를 하려면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양쪽의 성한 이를 갈아내고 브릿지를 해야 한단다. 성한 이를 두 개나 건드리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동네 치과도 진입이 쉽지 않다. 초진은 한 달 정도 기다려야 하고 재진이라 해도 두 주 정도 걸린다. 나는 간호사에 내 사정을 이야기하며 오늘 진료를 받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오전 진료 끝에 나를 끼워 넣어 주었다.
의사는 살펴 보더니 자기 판단에는 발치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만일 방사선 치료 중이나 후에 문제가 생기면 그 때 찾아 오라고 하였다. 나는 전부터 이 분에 대한 신뢰가 있다.
3월 2일 아산병원에 갈 때 서현이가 운전을 해 주겠다고 찾아왔다. 서현이는 가산디지털단지 내 의약품회사의 연구팀에서 일하고 있는 조카이다. 날 위해 휴가를 하루 냈단다.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내 상황을 더듬더듬 이야기하자 훨씬 고급진 용어를 사용하며 자기 식으로 재정리를 한다. 어라? 철없는 겜돌이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병원에 가서 발치를 하지 않겠다고 할 생각이라고 하자 말도 안된단다. 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을 환자가 어떻게 안한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한다. 머~ 그래도 말은 해볼 수 있지…
치과 의사는 지난 번의 그 분이 아니다. 진단과 발치는 담당이 서로 나뉘어져 있나보다. 내 말을 들은 의사는 좀 곤란한 표정으로 다시 검사 결과와 입 안을 살펴 보았다.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염려하는 것 같았다. 진료 기록에 의사의 소견을 남기고 환자의 의견에 따라 발치를 하지 않았다는 것.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내 의사까지 적어 두어도 좋다고 하자 그도 발치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방사선 치료가 끝난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결정한 것이 좋은 일인 것 같다. 치료 부위는 왼쪽였지만 양쪽 코가 다 헐고 나중에는 목 안이 헐었으며 오른쪽 위 잇몸이 변색되고 검은 피가 뭉쳤으나 겉으로 보기에 아래쪽 잇몸에는 영향이 없었다.
1차 병원이나 2차 병원에서 암진단을 받으면 3차 병원을 두세곳 다니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아무 생각없이 한시간 만에 아산병원 한 곳에만 예약을 하였다. 수술 전에는 약간 후회가 되기도 하였다.
치과 진료를 받으면서 나는 그렇게 여러 병원을 가 보는 사람들이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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