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5일 이비인후과 외래 진료를 끝으로 치료는 일단락되었다.
처음에는 아는 게 없어서 의사를 만나도 아무 것도 묻지 못했고, 그 담엔 간신히 몇가지 질문을 해도 답을 알아듣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했다. 이제사 나는 지난 과정을 되짚어 볼 여유가 생기는 듯 하다.
지금 내가 이해한 바로는 내 병은 초기에 발견되었고, 수술 중 종양이 너무 가까이 있어 뇌막이 찢어지긴 하였으나 전이가 된 것은 아니었다. 물론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게 될 것이고. 이후의 건강 관리는 내 몫이다. 아직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고 삶은 이어질 것이다.
비강암은 드문 병이라 환우를 찾기 어렵다. 다음에는 비강암 카페가 있는데 가입 신청을 한 지 몇 주가 지났어도 묵묵부답이다. 이 카페를 개설한 사람은 배우자가 비강암 진단을 받자 정보를 얻을 길이 없어 이 카페를 개설하였다는데 이제는 환자가 완치되었는지 세상을 떠났는지 더 이상 이 카페를 관리하지 않는 듯 하다.
병원에서도 비강암에 대한 안내는 따로 없다. 두경부암을 전체적으로 다루는 자료를 받았을 뿐이다.
1차 병원에서 3차 병원으로 가기까지 나는 운이 좋았다. 12월 27일 10시에 이비인후과에서 용종이 있다면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하더니 의사는 근처의 대학병원 몇 군데를 이야기했다. 나는 이 근처가 타향이다. 내가 진료를 받은 기록이 있는 아산병원으로 가겠다고 하고 11시경에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1월 5일 외래 예약을 하였다. 같은 날 오후 1시에 아산병원에서 문자가 왔다. 이비인후과에서 진료의뢰를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내게 진료의뢰서를 주었는데 왜 또 자기가…? 그러나 이것이 대학병원에서 빠르게 진료를 받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거의 일주일 만에 첫 진료를 받은 것도 행운이었다. 진료분야에 ‘코종양‘이라는 말이 있는 유일한 의사에게 예약을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서도 2달이 넘게 예약이 밀려 있었다. 그 때는 연말연시여서 그랬나? 알 수 없는 일이다. 첫 날 조직검사를 했다.
1월 12일 조직검사 결과 종양이 악성이라는 것을 확인해 주며 검사일정 잡기가 시작되었다.
아산병원에서는 검사도 쉽지 않다. CT나 MR은 보통 두 달이 걸린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12일 오후에 바로 CT를 찍었다. 간호사가 아침을 먹었느냐고 하기에 물만 한 잔 마시고 왔다고 하자 그럼 오후에 CT를 찍자고 하였다.
MR은 2월 11일로 예약이 되었다. 첫 진료에는 율리안나가 보호자로 같이 동행해 주었고, 안젤라는 지하의 카페에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려 주었다. 보호자는 1명만 병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셋이 의사에게 들은 말이 무슨 뜻인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은연 글라라에게 전화를 했더니 글라라는 MR검사가 너무 늦다면서 접수창구에 다시 한번 부탁을 해 보라고 조언했다. 듣고 보니 그 수많은 사람들이 예약을 했다면 갑자기 불가피한 사정이 생기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나는 1월 24일로 무려 18일이나 검사일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후 이 세 친구는 마치 동화 속의 요정 할머니처럼 나의 막막했던 치료과정을 함께 해 주었다. 율리안나와 안젤라는 의사가 하는 말을 메모해 주었고 은연 글라라는 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었다.
수술을 위한 입원은 이틀이면 된다고 하였다. 회복에는 한 달 정도… 나는 의사에게 이번 학기 강의를 해야 하니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하고 싶다고 했다. 검사도 하기 전에 수술일부터 2월 15일로 확정했다.
나는 학기 초 몇 번만 대신 강의해 줄 사람을 찾았다. 그러나 수술 당일 오후 병실에 온 의사는 입원을 5일 정도 더 해야 한다고 하였다. 종양이 뇌막에 닿아 있어 종양을 도려내면서 뇌막이 찢어졌기 때문에 닷새 동안 침대에서 움직이지 말고 관찰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수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사선 치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걸까? 은연 글라라는 이번에도 내가 납득하고 불안해 하지 않도록 상황 설명을 해 주었다. 가족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나는 벌어지는 모든 일을 침착하게 받아 들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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