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머리에서 어깨로 땀이 후두둑 떨어지는데 어제 오후는 현장견학이었다. 나는 엄두가 나지 않아 숙소에 남기로 하고 모두 차를 나눠 타고 떠났다. 예정대로라면 현장견학 후 모두 강당에 모여 소감나누기를 하고 미사에 참석해야 했을텐데 한국사람은 한명도 돌아오지 않았다. 노트북 충전을 위해 언제나 벽에 붙어 앉는 나는 강당 한가운데 한국인들이 모여 앉았던 그 텅 빈 공간에 자꾸 눈이 갔다.
저녁식사를 먹으며 그들의 모험담을 듣다. 인터넷강국의 한국사람들이 아나로그의 세계로 들어선 경험은 듣기만 해도 아련하다. 비포장 도로는 기본이고, 네비가 없는 차를 운전하는 운전사는 길도 모른다. 앞차는 가다가 수시로 서서 다음 차가 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러다 앞차도 길을 잃어 헤매자 드디어 선수들이 입장을 했단다. 운전기사는 조수석도 아닌 뒷자리로 밀려나고, 신부님이 운전대 잡고, 신부님 핸폰으로 네비열고, 옆좌석의 한국사람이 네비를 보며 길을 알려주었단다.
그렇게 도착한 카바얀 은행과 그곳에서 만난 소액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슴 찡하다 한국 돈으로 15만원 정도를 대출받아 그것을 반년에 걸쳐 나눠 갚는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그룹으로 묶여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그룹장은 각자 상환액을 엄숙하게 발표하더란다. 우리 중에 누군가 만일 갚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자 그럼 그룹의 남은 사람들이 나눠 상환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들은 서로 낙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 중 한 집에 초상이 나서 한국사람들 중 몇몇은 부조를 하고 왔다고 한다. 그 이들은 모두 지쳐 있으면서도 그 방문에 대해 만족스러워 했고, 힘들었지만 가 볼만 했다고 한다. 담에 필리핀에 올 때는 힘을 좀더 비축해 와서 나도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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