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토요일에 하던 aggiornamento를 왠일로 올해는 일요일에 한다. 가을은 내게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은 시기이다. 매주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 저녁에야 집에 돌아오는 정치학교를 위해 나는 가능하면 다른 약속을 잡지 않는다. 어제는 정치학교 후 결혼식까지 갔다와서 더 피곤했다. 강당에 도착해서도 여전히 비몽사몽인데 모임이 시작하기도 전에 톡이 왔다. 끝나고 저녁을 같이 하자고... 담 주 내내 풀리지 않은 피곤을 끌고 다녀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2011년 브라질에서 열린 EoC 20주년 기념 국제 총회에서 같은 방을 사용했던 룸메이트다. 총회가 끝난 후, 이어진 여행 동안 우리는 조금씩 더 가까와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는 깊어졌다.
둘 중 한 사람이 나에게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했다. 지금은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이자 동업자이지만 한 때 부도로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만일 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면 꼭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체에 돈을 내는 것은 싫고, 가난하지만 지원받을 조건이 되지 않는 사람을 직접 돕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주위에 가난한 사람이 없단다^^ 그래요? 나는 주위에 가난한 사람 밖에 없는데...
그렇게 연결해 준 가정에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매월 송금을 하고 있다. 그 가정에는 적지 않은 돈이다. 당시 중학생이던 손녀는 이제 대학생이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때 이 아이는 얼굴도 모르는 은인에게 감사의 편지를 보내 왔다. 대학을 졸업하면 꼭 찾아뵙고 싶다고 한단다.
언젠가 한번은 그 학생의 할머니와 전화로 연결을 해 주었다. 이 할머니는 매일 그 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인사를 했다. 짧은 대화 속에 담긴 속깊은 감사.
결코 상응하는 물질적 보답이 되돌아 오지 않을 사람에게 가는 아무 기대없는 선물은 주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우리 삶은 거저 받은 선물이고, 우리가 가진 것은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는 것 같다. 상대를 효용으로 재지 않고, 존재 자체로 존중하면서,자기자신도 같은 인간 존재라는 것만으로 존중받고자 기대하는 그 차원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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