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내내, 이사만 하고 있는 듯 하다. 광주로 옮긴 집정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이번에는 원룸으로 이사를 하고 있다. 딸기 몇 송이로 점심을 떼웠는데도 짐정리를 마치지 못한 채 정신없이 학교로 달려 갔다.
오늘은 신영복 다르게 읽기 세미나의 첫째날이다. 이 세미나는 들어올 때 입구에서 종이뽑기를 한다. 그 종이에 적힌 그룹이 가서 내가 앉아야 할 좌석이다. 조금 늦게 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은 분이 두번째 발제자였다.
전체 3시간 중, 앞의 발제자가 2시간을 쓰자 이분은 정말 20분만에 자신의 발제를 끝냈다. 내공이 만만치 않음이 감지되는 그에게 나는 마음이 끌렸다.
2008년 원광대에서 "신영복 한글 서예의 사회성 연구'라는 석사논문을 썼고, 신영복 선생님의 '민체"를 강의하고 있다는 이 분은 특이하게도 신영복선생님에게서 서예를 배운 분이 아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서체를 하나 만들고 싶은 꿈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을 하지 못할 바에는 좋은 글씨를 익히는 것도 나쁘지 않다면서 자신은 신영복 선생님의 글씨에 매료되어 그 글을 배우기로했다는 것이다. 그게 단초가 되어 시작한 공부로 그는 신영복선생님의 삶과 사상과 철학이 어떻게 글씨에 반영되고 있는지를 깊이있게 짚어내고 있다.
신영복 선생님 생전, 대전의 누군가가 선생님의 글을 청하려 왔을 때, 이 분을 가리켜 '대전 근처 옥천에 나보다 내 글씨체를 더 잘 쓰는 분이 있다'고 하셨다는 전언이 그 분에게는 은은한 긍지인 듯 했다.
명함을 청하자, 가방에서 명함 크기의 흰 종이를 꺼내어 그 자리에서 명함을 적어 준다. 곁에 있던 이들도 모두 한장씩 청해 받았다.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을 알게 된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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