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끝내자 제일 먼저 들은 조언은 건강검진을 해 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연구실에서 몇년을 있으면서 논문을 쓰다가 병을 얻는 사람을 여럿 보았고, 내가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연구실에서 공부를 하다 쓰러져 119에 실려간 사람도 있었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 중 나이는 가장 많고, 건강은 제일 부실한 나로서는 그 사람들 처럼 질주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막판에는 이런 저런 문제가 생겼다.
오늘은 치과에 다녀 왔다. 연구실은 정말 재밌는 곳이다. 각자 제 공부를 하지만 몇 년을 같은 공간에 있다 보니 다양한 정보를 주워 들을 수 있다. 이 치과도 연구실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가게 되었다.
계속 재개발이 미뤄지고 있는 허름한 빌라의 상가 이층에 있는 이 치과는 처음 가면 일단 3주 후로 예약이 된다. 처음 이가 아파서 병원에 갔던 나는 진료를 포기하고 성남의 내가 다니던 치과로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에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예약을 하고 입성(!)을 했다. 정말 듣던대로 의사선생님은 내가 본 중 최고였다. 예약을 한 날도 가서 기본 30분은 기다려야 하는걸 감수하고 왜 사람들이 몰리는지 이해가 되었다.
일단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다. 처치 후 복용할 약 같은 것도 처방하지 않는다. 꼭 필요한 것만 필요한 만큼… 그리고 환자가 잘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한다.
이 치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긴 예약 시일만이 아니라 또 하나의 장벽이 있다. 접수를 받는 간호사가 매우 불친절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간호사를 케르베로스라고 불렀다. 그러나 이 두 장벽을 넘어서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불친절을 이야기하니 이 동네의 철물점이 생각난다. 낡은 빌라는 끊임없이 문제가 생긴다. 소소하게 손을 보아야 할 일이 있을 때 이 철물점에 갔다가 기분이 상했다. 그런데 연구실의 다른 사람들도 같은 경험을 했단다. 나는 버스로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가서 스패너니 뭐니 필요한 연장을 사와서 내가 직접 손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집에 문제가 생기면 내 연장을 빌려주면서 방법을 알려 준다.
그러나 이 치과는 케르베로스와 3주의 예약기간을 감수하고도 갈만큼 만족스럽다. 게다가 나도 길이 들었는지 이번에는 그 간호사가 처음처럼 불친절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역시 최고! 내가 3년 전의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으니 추가 치료도 스케일링도 필요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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