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oma di Roma... 한알 입에 넣고 빠짝~ 씹으면, 커피콩을 감싼 초코렛의 달콤함보다 진한 커피의 쌉싸름한 맛의 파편이 입에서 뱅뱅 돈다. 문도 열지 않은 Tazza d'oro 앞에 차를 대고 삼십분 남짓 주위를 걸었던 로마의 아침은 상쾌했다. 그날 아침, 출근길의 바쁜 동네사람들 사이에 섞여 마시던 커피맛이 초코렛이라면 전날밤은 커피콩 맛이네.
한국에 돌아와서야 누군가 구글의 지도에 대해 쓴 글이 눈이 들어왔다. 구글에서의 소요시간은 실제 시간의 1.5배로 생각해야 한다고... 내 경험으로는 2.3던데.
나폴리에서 로마까지 한나절이면 되리라. 12시가 체크인인데 너무 일찍 도착하면 어찌나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호텔 앞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경이었다. 장도 안서는 벼룩시장을 들르느라 시간을 허비한 후, 지쳐서 그 때부터는 자꾸 길을 잃었다. 거의 맛이 간 상태로, 일방통행에 주차장도 없는 호텔 앞에서 난 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호텔 앞 노상주차장에서 빈 자리가 날 때까지 거의 한시간을 차 안에서 있다가 간신히 주차를 하고 호텔 방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눈을 감고 있는 내게 동생의 낮은 음성이 들린다. "언니, 내 핸폰이 없어" - 그래서 어쩌라구! 그러더니 잠시 간격을 두고, "언니, 언니 핸폰도 없는 거 같아" - 먼 소리야? 난 꼼짝도 않고 있었다. "내 핸폰이 안보여서 언니걸루 내 핸폰을 찾으려고 했더니 언니 것도 안보여" 거기까지 들으니 눈이 떠졌다.
우리는 떠나기 전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게다가 터키에서 핸폰을 깨먹으면서 이젠 집과 사무실이 아니라 길바닥에 나앉아 있는 시간이 더 많으리라는 것을 깨달은 나는 분실에 대비한 보험도 들었지.
아~ 근데 보험회사는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가 필요할 것이다.
로마시내 지도를 주며 경찰서의 위치를 설명한 호텔로비의 직원은 경찰서에 가 본 적이 없음이 분명하다. 우리는 지도를 들고도 경찰서를 찾을 수 없었다.
세번이나 길을 물어 찾아간 경찰서에는 이미 방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순서표가 있을까? 기다리는 사람들만 보이고 경찰로 보이는 사람은 없다. 안내데스크인 듯한 곳은 빈 의자 뿐... 잠시 후, 의자를 향해 오는 사람은 아마 경찰이겠지? 나는 더듬거리며 상황설명을 했다. 그는 잃어버린 핸폰의 종류를 묻는다. 그러더니 동생 것보다 내 핸폰에 관심을 갖는다. "아이폰 6 플러스? 색깔은? 그러더니 핸폰의 바탕화면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괴레메 박물관의 석산을 깔아 놓았다. 핸폰의 바탕화면을 터치하면 그 그림이 보이고, 그담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누군가와 통화를 하던 경찰이 내 핸폰을 찾은 것 같다고 한다. "먼 소리야? 내 핸폰이 나보다 먼저 경찰서에 와 있었단 말인가!"
잠시 후, 왠 젊은 남자 두명이 들어섰다. 난 보지 못했지만 들어서던 두 사람 중 한명이 신분증을 들어 보이더란다. 내 동생은 적어도 그 중 한사람을 도둑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눈빛에서 의심을 보았나보다고 나중에 동생이 웃었다.
그 손에 간신히 안면을 튼 내 핸폰이 들려 있었다! 하지만 다시 돌려받기까지 두시간이 넘게 걸렸다.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한 우리는 거의 한시간을 길거리에 있었고, 내 동생은 손에 핸폰을 들고 빈자리를 찾아 뛰어 다녔다! 자기와 눈이 마주쳤던 기분나빴던 집시여인의 표정이 생각난다고 한다.
나? 난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러나 그 사람들을 보자 내가 운전석에서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 순간 눈을 떴을 때, 시선이 마주친 듯한 사람이 거기 있었다.
그 후에도 우리는 한시간이 넘도록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목이 말라 물을 사러 가려고 했더니 경찰이 앞을 막아 선다. 잉~ 우리 그럼 잡혀 있는거야? 항의를 받은 경찰은 물 자판기 있는 곳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우리는 동전이 없다. 그는 할 수 없다는 듯 캐비닛에서 열쇠를 꺼내더니 자판기를 열고 물 2병을 꺼내 왔다.
물을 마시고 나자, 주위가 눈에 들어 왔다.
내 앞에 두 팀이 조서를 받았다. 뭘 잊어버린 사람은 다 외국인이다. 독일인 부인이 남편과 함께 떠났다.
다른 한 사람은 문제가 좀 복잡하다. 그는 아랍쪽에서 나폴리를 통해 입국한 듯 하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북부로 가는 중 소매치기를 당했다. 잃어버린 것은 여권과 옷가지 몇 개, 약간의 돈이 든 가방이다. 그러나 그게 그의 전부였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한다. 놀라기도 했겠지만 여기까지 오느라 지쳐 있었을 것이다. 소매치기를 당한 것은 그의 마지막 남은 한줌의 기력을 일시에 소진시킨 듯 하다. 지금은 근무시간이 아니다. 대사관에서 임시 신분증이 나오기 까지 오늘 밤을 지낼 곳이 있는지 묻는 경찰은 아무 답을 듣지 못한다. 사방에 전화를 하던 그는 방법을 찾아냈다. 분실신고를 한 사람을 위해 앰블런스가 왔다. 그는 오늘 밤,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될 것이다. 그는 병원에서 따스한 스프라도 한모금 맛볼 수 있었을까?
그 담은 우리 차례. 경찰이 열심히 타이핑을 하는데, 여경 한 사람이 우리 곁으로 오더니 내 핸폰에 관심을 갖는다. 만져 봐도 되느냐고 한다. 그러시죠 머~ 이젠 속의 색깔이 궁금한 모양이다. 케이스를 벗기자 은은한 금색의 얇싸한 새 아이폰이 우아하다. 그는잠시 아이폰을 손에 쥐어 본다. 그 녀석을 쥐는 감회가 너만 못하랴마는 나는 그 때까지도 별 느낌이 없다.
같은 내용의 내 동생 조서까지 서명을 하고, 경찰서를 벗어난 시간은 8시가 훨씬 넘었다. 동생은 이 호텔에서 자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당장 떠나자는 것이다. 동생은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그 핸폰은 없고, 나는 핸폰을 찾았지만 데이터 차단을 해 놓았다.
우리는 메뉴가 아니라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다는 문구를 보고 식당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패스워드부터 물었다. 내가 호텔검색을 하는 동안 동생이 숟가락으로 음식을 떠 먹여 주었다. 따스한 음식에 몸이 녹고 허기를 면하자 여유가 생긴걸까? 아님 다시 짐을 싸들고 호텔을 나설 기운이 없어서일까? 우린 일단 오늘 밤을 여기서 넘기기로 했다.
동생은언니 핸폰이라도 찾아 다행이라고 몇번이나 말했지만 사실 동생의 핸폰에 더 중요하고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내거야 머 새핸폰이 생기면 다시 복사를 해 넣으면 된다. 예전의 폰은 아직 내 손에 있는걸...
호텔방으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하던 동생이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동작을 멈춘다.
"언니, 핸폰이 여기 있어..."
아까는 몇번을 뒤져도 없었던 핸폰이 거기 있다는 것이다!
다음날 6시에 우리는 호텔을 나섰다. 로마가 싫다는 동생에게 커피라도 한잔 하고 가자며 찾은 Tazza d'oro는 막 셔터를 올리고 있었다. 7시에 영업을 시작한다고 들어오지 못하게 막던 그 녀석은 7시 6분이 되어서야 준비가 되었다며 손짓을 했다.
문밖에서 쇼윈도을 통해 본 모카가 깃털을 단 이 초록모자이다. 헤헷 로빈훗이네~ 속없는 인간같으니라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 밖에서 커피를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푼수끼는 동생도 뒤지지 않는다. caffe 한 잔에 맘이 완전히 풀려서 이것저것 모카를 고른다.
꼭두새벽에 들이닥쳐 묻지마 쇼핑을 하는 우리에게 점원은 다시 커피를 한잔 대접하겠다고 했다!
그라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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