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약속이 있으면 일찍 간다. 모르는 길이면 더 일찍... 바오로딸 출판사에 갈 때 모르는 길이라 생각하고 일찍 갔는데 헤매지 않아 그만 한 시간 전에 도착하고 말았다. 헤~어때 더 좋지. 1층엔 작은 서점이 있었다. 많지도 않은데 지금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이 두 권이나 눈에 띄였다.
성서의 지혜 문학에 대한 주석 성경이다! 욥기는 내년 출간이니 이 책을 보면서 좀더 문장을 다듬을 수 있을 것이다.
예언서는 예레미아 서에 대한 내 미련 땜에 손이 갔다. 2019년 브루니 교수가 이 책에 대한 코멘트를 한 책을 발간했을 때 나는 저자와 함께 그 책을 읽는 이박 삼일의 모임에 갔었다. 이런 저런 일로 마음이 추스려지지 않았던 그 때, 예레미아가 내 안으로 들어 왔다.
내가 이 책을 번역하고 싶다고 하자 루이지노는 그것보다 욥기를 먼저 하라고 권했다. 싫은데... 어려서 욥기를 읽었던 나는 첨부터 끝까지 화가 났더랬다. 그래서 귀국 후, 욥기에 관한 책들을 사 모았다. 그 중엔 해방신학자인 구스따보 구띠에레스의 글도 있었다. 그것들을 읽고 난 후, 루이지노 관점에 새로움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번역을 했다. 루이지노가 읽어낸 욥은 내년이면 한국에 발을 딛겠지... 그 전에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속 짚신 장수처럼 마지막 잔털을 한 올이라도 더 다듬어야겠다.
모세오경은 수녀님들의 선물. 이층에서 수다를 한참 풀다가 일어서려 하자, 수녀님 두 분이 따라 내려오며 책을 한 권 선물하고 싶다고 하였다. 머 벌써 두 권이나 샀는데요. 무거워~ 우아하고 부드럽지만 수녀님들은 물러저지 않는다. 그래서 고른 것이 모세오경.
욥기 계약을 마친 후, 물었다. 만약 성서 시리즈 중 다음 번역을 한다면 뭐가 좋아요? 루이지노는 창세기와 시편을 권한다. 창세기는 좀더 경제학적이고 시편은 영성적인 깊이가 있단다. 내게 시간이 더 주어진다면 이 두 권도...? ㅎㅎ 혹시 모르니 사화산도 가끔 쑤셔주는 어린 왕자처럼, 나도 혹시 모르니 연장을 챙겼다!
책값을 치른 수녀님이 책을 두고 가면 택배로 보내 주겠다고... 사람은 언제 감동하는걸까? 기대치 않았던 호의에 더할 수 없이 환대받았다는 느낌!
책을 펴낸 수녀님들의 노고와 온기가 어린 이 책들이 내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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