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을에서 지낸 일주일이 끝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제 점심식사 후 다 떠났고, 나만 남아 하루를 더 잤다. 나도 이제 아침밥 먹고 떠나야지…!
한 달 정도 머뭄터에 있고 싶은데 지금은 방이 없단다. 자리가 생기면 연락을 하겠다고 한다.
머뭄터는 1인실이라는데 교육은 6인실, 4인실이다. 이번에는 교육생 수가 적어 방을 다 채우지는 않았다.
나는 4인실에 둘이 같이 있게 되었다. 짐을 풀고 나니 연세가 많은 듯한 분이 남편, 딸과 함께 방에 들어왔다. 환자는 바로 침대에 눕고 남편과 딸이 짐을 푼다. 남편은 나가면서 내게 잘 부탁한다고 신신당부. 병원에 갔더니 폐암 4기라고 하는데 수술을 할 수 없어 항암을 하면서 검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말이 없고, 표정도 어두운데 컨디션도 좋지 않아 보인다. 화요일 오전, 미사를 한번 참석하더니 다음부터는 그냥 방에 있겠다고 한다. 그래도 스피커로 방에서 들을 수는 있다.
신부님은 환우들이 밝고 희망을 갖게 하려고 노력한다. 신부님에게 호응하는 빠순이들의 열렬한 반응에 처음 참석하는 사람들도 웃음이 터진다.
미사 후 바로 이어지는 교육도 강사는 신부님. 어떤 때는 알아듣지 못하는 전문용어가 오락가락하지만 강의가 거듭되면서 그 동안 여기저기서 주워 들었던 이야기들이 정리가 되기 시작했다.
홈페이지에는 참석대상이 2시간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체력이 있고 70세가 넘지 않은 사람이라고 되어 있다. 나는 2시간 말고는 자유 시간인 줄 알았는데 웬걸. 하루가 몹시 바빴다.
각탕실에는 게르마늄 의자가 있는데 하루 한 시간, 족욕은 20분씩 2회 이다 이건 자유시간에 하고, 오후에는 미니 올림픽이니 라이브 콘서트니 하면서 함께 노는 시간이 있다. 아우~ 맙소사!!
그러나 실은 이 시간이 백미였다. 실내에서 하는 농구, 축구, 윷놀이, 노래부르기로 교육생들은 서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라이브콘서트는 10명이 노래를 불렀는데 진행자는 유방암으로 3년을 넘기지 못하리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지만 꽃마을을 알게 되어 8년이 넘도록 팔팔하게 뛰어 다니는 사람이다. 우리 기수에는 부부가 함께 온 사람이 네 쌍, 모녀가 두 쌍이다. 콘서트 시간에는 네 쌍의 부부가 앞에 나와 서로에게 눈물을 글썽이며 감사와 사랑을 고백하고, 유방암인 딸이 엄마에게 감사의 글을 읽어 모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나는 현란한 조명 속에서 내 룸 메이트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그 이는 암이라는 것을 알고도 아직 눈물 한 번 흘리지 않았다고 했더랬다. 콘서트가 끝나고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그는 뜻밖에도 자기 이야기를 하였다. 나이가 70이 넘어 대상이 되지 않아 대기자 명단에 있던 그는 이번 기수에 신청자가 적어 마지막에 입소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젊어서는 사회활동을 많이 하였고 라이온스 클럽의 부회장도 하였는데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활동을 많이 했단다. 그런데 이제 늙고 병들어 모습은 초라하고 그동안의 사회적 관계는 차츰 소원해졌다고 한다. 요 며칠 여기 와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온 것과는 다른 방식의 환대(교육생들은 이 곳의 시스템에 감동한다)를 받고 보니 자기가 그동안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다고 했던 활동들이 진짜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나 돌아보게 된다고 하였다. 말은 짧았으나 성찰의 깊이와 무게는 묵직하였다.
신부님은 암의 원인과 치유의 70%는 정신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렇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면서 치유를 시작하였다.
어제 떠나기 전, 짐을 챙기면서 나에게 주고 싶다고 뭔가를 내민다. ㅎㅎ 아마 새 것을 가져왔던 듯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아이크림이다.
내가 한달 정도 더 있고 싶어 머뭄터를 신청했다고 하자 당신도 7월 중에 쉼터 신청을 해서 열흘 정도 있겠다고 한다. 점심식사 후 남편이 짐을 가지러 방에 와서 명함을 주며 꼭 보은에 한번 오라고 몇 번이나 말한다. 집은 대전이지만 건축사인 남편의 사무실과 텃밭이 보은에 있나보다. 아마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나눠먹으려고 삶아 온 듯한 직접 농사지어 수확한 옥수수 세 자루를 남편은 일부러 차에 가서 꺼내와 내게 주고 갔다.
교육생들이 다 떠난 꽃마을에는 장기로 머무는 사람들만 남았다. 저녁식사 후, 나는 몇몇 분들의 스토리를 들었다. 우리의 자기 소개는 병이 난 후의 과정과 현재 상태, 이 곳에 오기로 맘먹은 이유 같은 것들이다.
밤에는 그 분들이 나눠 먹는 간식도 얻어 먹었다. 머뭄터 신청을 했다고 하자 반쯤 멤버로 받아주며 마음을 여는 분위기… 나도 낮에 얻은 옥수수로 화답하였다. 여기서 좀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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