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전 읽었던 동화가 생각나 검색하니 여전히 이 동화를 읽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때 이미 나는, 아기예수의 탄생소식을 듣고 길을 떠났으나 그 예수의 죽음의 순간에야 도착한 네번째 왕의 이야기가 내 삶일 것을 예감했더랬다.
작년 여름, 더불어 숲 교실이 끝나가던 6월 말, 성공회대학 홈페이지를 검색하다가 여름학기 청강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목은 '논문 세미나'... 뭘 하는 수업인지 모르지만 가 보고 싶었다. 첫 날, 강의시작 전, 교수실로 찾아가 청강을 허락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교수님과 차를 한잔 마셨다. 내가 이 학교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청강의 허락을 청할 때 이미 메일로 썼다. 교수님은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이라고 하셨다. 그러나 방학이라 인적조차 드문 교정을 찾은 나는 허전했다.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가요?' '저로는 이보다 더 빨리 올 수 없었지만, 김수행선생님은 돌아가셨고, 신영복 선생님은 이제 강의를 하지 않으시니까요' 잠시 생각을 하던 교수님은 단호하게 '아니요. 늦지 않았습니다. 여기 그 분의 제자들이 있습니다.'라고 하셨다.
북 콘서트에서, 더불어 숲 교실에서 신영복 선생님을 뵈었으나 나는 다가가지 않았고, 서명을 부탁하거나 말을 걸 수 조차 없었다. 앉아 계시는 몇 자리 건너에 있는 내게 누군가에게 하시는 말씀이 들렸다. 어제 밤, 응급실로 가던 차 안에서의 이야기, 새벽에 응급실을 나왔으면서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자리에 오셨다는 것... 그걸로 충분했다.
승화원에서, 그 분을 만나러 이제 길을 나서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댓글 0개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