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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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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나는 이제 매듭을 풀려고 기도하지 않는다 매듭의 까닭을 밝히려고 뛰어다니지 않는다 외로움의 매듭도 두려움의 매듭도 그대로 둔다 풀려고 하면 할수록 더 단단히 매듭질 때가 많아 혼자 울어야할 때가 많았다
매듭은 풀리면 이미 매듭이 아니다 매듭은 풀리기 위해서나 누가 풀기 위해서 매듭져 있는 게 아니다 단단히 매듭져 있기 위해서 매듭져 있어 매듭을 더 단단히 묶고 기다림의 길을 멀리 떠날 때도 있었다.
길가엔 매듭이 꽃으로 피어날 때도 있었다 매듭의 뿌리가 슬며시 흙으로 뻗어나가 산수유도 산매화도 피어나 가끔 매듭의 열매를 먹고 길가에 잠들 때도 있었다
나는 이제 매듭으로 십자가를 만들 줄도 안다 한때는 매듭으로 바람을 만들어 바람에 날려 갔으나 십자가를 만들어 십자가에 매달릴 줄도 안다 십자가에 매달린 나를 땅에 떨어지지 않게 해 주는 매듭의 힘에 감사할 줄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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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공부만 하고 삽니까?" 그러면서 가끔 소설책을 건네던 분이 있었다.
사흘만에 온 학교, 책상 위에 시집이 도착해 있다.
경향잡지에 실린 그 분의 글을 읽다가 정호승 시인의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의 한 문단을 인용한 것을 보고 바로 주문했더랬다..
오후의 햇살에 시어가 잔잔히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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