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한… 거의 십 년 만에 케익을 굽는다.
지난 며칠 좀 나댔더니 살짝 몸살기가 있어서 오늘은 집에서 이러구 논다. 처음 구운 것은 앞 집 하나, 나 하나 따끈할 때 커피랑 먹었다. 앞 집 사람은 작은 오븐에서 이렇게 봉긋하게 부풀어 오른 빵이 구워진다는게 신기한가보다. 헤~ 난 못하는 게 뭐야?
겨우 빵 하나 굽는데 이런저런 추억이 줄줄이 딸려 올라 온다. 나는 빵굽는 걸 배운 적 없는데 어떻게 이런 걸 하지?
빵은… 신당동 포콜라레 옆에 솔선자들이 빌라의 지하를 세얻어 빵을 만들었다. 피정이 있을 때면 며칠 전부터 빵을 구웠는데 그 때 나는 퇴근 후에 성남에서 신당동까지 버스를 타고 와 그 일을 도왔다. 나는 밀가루와 설탕, 버터를 저울에 달고, 가루를 채로 치고, 달걀 거품을 내고… 마리안나는 와인을 섞어 반죽을 해서 오븐에 넣었다. 나는 설겆이도 잘 했다! 빵집이 될 수도 있으리라 기대했던 그 일은 IMF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사라졌다.
오븐…
이 오븐은 2004년 일치를 위한 정치운동을 위해 쓰던 거라면서 내가 이 집으로 살림날 때 친구가 준 것이다.
생각난다. 그 때 우리는 여의도 트럼프월드 주민사랑방에서 모임을 했다. 수도물 밖에 없던 공간에 모임 시간이 가까와지면 사람들이 음식을 만들어 오고, 오븐을 싣고 와 음식을 따끈하게 데워서 상을 차렸다. 국회의원들은 대개 모임이 시작되면 인사를 하고 30분쯤 있다가 자리를 뜨는데 먼저 가려던 어떤 분은 입구 쪽에서 상을 차리는 것을 보고 다시 눌러 앉기도 하였다. 정성어린 집밥에 홀려서… 나중에는 도시락을 주문하거나 식당의 음식을 먹게 되었는데 초기의 멤버들은 가끔 그 때의 음식을 이야기하곤 했다. 이제 그런 노고를 감수할 사람들은 사라졌다.
모든 것이 정형화되기 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우리는 함께 길을 열었다. 그 때의 사람들 중 어떤 이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어떤 이는 못만난 지 여러 해가 되었다. 이렇게 우리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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