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반, 복도를 향하고 있는 내 방 창문 앞에 한 어르신이 보이더니 우리집 문을 두드린다. 잠이 드셨다고 말을 해도 굳이 엄마를 찾더니, 자다 깨서 얼떨떨한 엄마에게 대뜸 '우리 집 사람이 죽었어요'라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까 낮에 파마하고 집에 가는 걸 만났는데..."
이 어르신은 같은 아파트 6층에 사신다. 부인은 엄마랑 동양화랑 컴퓨터도 배우러 같이 다니던 분이다. 내가 이태리에 있을 때는 미사도 같이 다녔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성당에 가지 않아 엄마는 간간이 같이 미사에 가자고 했었단다. 그래서 이번 주일에는 같이 가겠다는 답을 받았다는데... 금요일 오후에 미장원에서 파마하고 오는 것을 엘레베이터 앞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 되었다고 한다. 집에 혼자 있다 쓰러졌는데 가족이 들어와 구급차를 불렀을 때는 이미 늦었던거다.
다음날 아침 우리 구역의 반장이 전화를 했다. 함께 모여 영안실에 다녀 온 엄마가 운다. "참 똑똑해서 컴퓨터 교실에서 언제나 옆에 앉아 가르쳐 줬었는데..." '며칠 만 참지. 이번 주일에 같이 미사에 가기로 했었는데..." "같이 성당에 가자고 약속한 날이 화장하는 날이 되었네..."
난 그저 말없이 엄마 앞에 앉아 그 말을 듣고만 있었다.
오늘 엄마와 내가 새벽미사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시간은 영안실에서 그 분이 출발하는 시간이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또드락거리는 이 순간, 누군가는 삶을 마치고 있다.
문득 내가 마무리하고 있는 이 논문이 인쇄된 것을 볼 수 있을까? 그게 당연한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번 주에는 수정을 하고, 다음 주에는 인준서에 도장을 받으러 가고, 그 담엔 인쇄를 맡기고... 그런 순서는 내 계획이고, 그걸 정말로 해 보게 되는 것은 내게 무상으로 주어지는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 것도 당연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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