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 이준관 -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드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길을 갈 때 항상 갈 길이 조금 멀더라도, 대로 보다는 소로나 골목길을 택해서 간다.
고속도로처럼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난 길보다 한 동네를 구불구불 돌아가는 골목길
풀향기가 자욱한 시골마을을 구불구불 안고 돌아가는 그런 길을 좋아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 칼날같은 직언과 직설보다는 내면의 향기를 품은 은유와 여유로 구부러진 길모퉁이를 돌아 가듯 보일 듯 말 듯한 생각을 놓고 가는 그런 사람이 좋다.
웅변하듯 큰 소리로 열변을 토하는 말 많은 사람 보다는 조용히 음미하며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다 함축적인 의미를 담는 한마디를 남저음 목청으로 넌지시 던지며 자기 이해를 구하는 그런 사람이 좋다.
산과 마을을 품고 돌아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이해심 많은 세상의 인연들을 만나고 싶다.
아무런 장애도 없는 길을 걸어온 사람 보다는 구불구불한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서 나는 눈물겨운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좋다.
구부러진 내 마음의 오솔길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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