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박 6일 머물렀던 요셉수도원의 추억
처음 이틀은 미사고 기도고 몰라라 내리 잤다.
주일이었던 세째날은 미사시간이 10시...
간신히 일어났지만 그담엔 아침미사와 기도시간에 맛을 들여 하루하루 기도시간의 횟수가 늘었다.
떠나기 전날 오후에는 비가 개였다. 불암사에 가서 부처님께 인사도 하고...
떠나는 날은 오후 2시까지만 방을 비우면 된다.
주방이랑 복도는 전날 청소를 끝냈고, 방이랑 방에 딸린 샤워실은 너무 작아서 시간이 걸릴 일도 없다. 심심해서 벽에 있는 안내문을 보다가 전화를 했다.
고백성사를 보겠다고 하자, 딱 한마디 - '11시까지 오세요' 에잇, 쓸데없는 짓을 했나 봐.
무덤덤하던 수사님의 표정에 변화가 감지되더니 힘들었던 사람 이야기를 하자 빙긋 웃는다. ' 내공이 생길 때까지 그런 사람은 좀 멀리하고 안만나는 것도 괜찮지요 머. 나중에 마음에 힘이 생기면 그 때 만나면 되지.' 신상을 볶아 대며, 스스로에게 괜찮다는 말을 못하는 나를 대신해 그분이 괜찮다고 말해 주는 것이 아닌가... 와우!
그러고는 처방전을 주겠다며 메모지를 하나 뜯어 날짜를 쓴다. 뭐야?
두 줄만 되어도 키보드를 찾는 내게 손글씨는 감동이다. 한 자 한 자를 시선으로 따라가고 있는데 이젠 메모지를 내밀며 소리를 내어 읽으란다. 큭 웃음을 참으며 소리내어 읽자, 31일까지 매일 하루 한번씩 오늘처럼 그렇게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내 병에 대한 처방이란다^^ 내 진지하지 않은 태도에 별로 개의치 않으며 내면에 반응하는 사람이 주는 자유로움!
이야기를 끝내고 일어설 때가 되자, 옆의 종이박스를 뒤지고, 서랍에서 주섬주섬 뭘 꺼낸다. 수사님의 신간 한권, 최근 강론집 제본한 것, 책갈피(아마 자신의 은경축 기념물인 듯 가죽으로 만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치마자락을 걷어 올리고 몸빼주머니에서 사탕이며 과자 부스러기를 꺼내 손에 쥐어 주는 외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여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이 아니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이렇게 진정을 다 할 수 있는거구나...
집에 돌아와 이것들을 책상에 펼쳐 놓자, 애들이 두런두런 내게 말을 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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