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9일 아침. 잠에서 깨어 더듬어 보니 핸폰이 없다.
그날 밤, 나는 금강치킨에서 11시가 넘어 나왔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와 잠시 인도의 테이블에 앉았는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졌다. 천막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다시 그 자리로…
그 길 가 테이블에 핸폰을 두고 왔다면… 편의점 주인은 테이블에 아무 것도 없었다고 한다. 일단 그 분의 전화기를 빌려 카드는 분실신고를 하였다.
금강치킨은 저녁에 문을 연단다. 옆 국수집에 핸폰 번호를 물어 전화를 했더니 오늘은 문을 열지 않고 내일 찾아보겠다고 한다.
4월 30일. 새벽 2시에 잠이 깨어 다시 잠이 오지 않았다. 해뜨기를 기다려 파출소에 분실신고를 하였다. 신고를 받던 순경은 만일 찾으면 연락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다. 내가 외우는 번호는 하나도 없다. 나는 파출소의 전화번호를 받아 들고 나왔다. 연구실의 친구에게 번호를 받아 알려주어야 한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허술하게 살고 있는가? 핸폰의 초기 비밀번호는 살 때 가게 주인이 000000으로 입력한 그대로 바꾸지 않고 몇년 째 그대로였고, 메모에는 모든 사이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 놓았으며, 사진에는 주민등록증도 있을 것 같았다. 아이클라우드는 이 폰을 사고 난 후, 한번도 업로드를 하지 않아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당진에서 인터뷰를 하고 녹음한 파일은 녹취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참에 내 주제에 맞도록 인생을 리셋해 버릴까? 아예 더 이상 전화기를 사지 말고 인간 관계를 다 끊어 버릴까? 하긴 머 그동안 논문쓰는데 방해된다고 전화나 문자를 끊어버려서 이제 끊을래야 더 끊을 사람도 없다. 그 말을 듣고 있던 연구실의 친구가 자기가 나와 함께 다시 집에 가보고 싶다고 하였다. 이미 편의점 주인이 전화를 8번이나 해 주었는데 집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고 해도 그래도 가보자는 것이다.
이 친구가 전화를 하자 침대 발치 벽쪽에서 진동음이 들렸다… ㅠㅠ.
만 하루 반의 패닉은 그렇게 끝났지만… 아, 지난 몇 년, 미쳐서 살다 나는 아직도 그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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