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을 하고 나서야 학교를 즐기고 있다.
깐투치오에서 점심을 먹었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다. 손을 살짝 대 보니 연두부가 따끈하다. 누구지? 음식을 만든 분인가? 오늘 가지나물은 만족스러운데 오징어볶음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자기들이 만든 음식에 애정이 있고, 먹는 사람의 반응에 민감하다. 우리 엄마랑 비슷하네. 머~ 난 괜찮아. 원래 오징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걸. 오징어 대신 연두부를 2개 가져가도 되느냐고 물었더니 괜찮단다. 두부도 대강 데운 척한 것이 아니라 속까지 따뜻하다. 음식은 온도가 중요하다. 음식점에서 접시를 따끈하게 데워서 음식을 담아 내면 난 그 집을 잊지 못한다. 에스프레소 잔을 데워서 커피를 담아주는 카페는 왜 그리 드문지...
오늘은 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절판된 책이 참고도서다. 예스 24 중고도서에 판매요청을 하면 언제 그 책이 뜰지, 하세월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려 하자 휴학생에게는 대출이 안된단다. 에잉? 거절을 당하고 저녁식사를 하러 갔던 깐투치오에서 투덜거리자, 누군가 예치금제도가 있다고 알려준다. 10만원을 맡겨 놓으면 등록한 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책을 자유롭게 빌릴 수 있다. 도서관 사서에게 신청서를 제출하자 복학하면 꼭 환불신청을 하라고 당부를 한다.
'지정도서'도 있다. 도서관에 한 권 밖에 없는 절판된 책은 따로 관리한다. 학생증을 맡기고 책을 받아 도서관 안에서만 읽을 수 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이내다. 3시간이 넘으면? 연체료를 내야 한단다. 이 강의를 듣는 학생이 50명은 넘는 듯 하니 이런 방법으로 가능하면 많은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집중해서 한번 읽고, 다시 읽으며 노트북에 요약을 하고 나니, 2시간 만에 반납이 가능하다. 오늘 하루에 지정도서 2권을 읽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여기는 참 재밌는 곳이다. 학교는 자그마한데 뭔가 아쉽다 싶으면 이 안에서 다 해결이 된다.(적어도 지금까지는!) 3월 말, 로삐아노에서 열린 EoC incubator 모임에 참석하고, 피렌체에서 파리를 거쳐 오자 인천공항 입국시간은 오전 6시 경이었다. 오전 강의를 들으러 바로 학교로 왔다. 두번째 강의는 오후 5시 반이다. 점심을 먹고 나니 피곤이 몰려 왔다. 아이구 끈끈해~ 학교 근처에 목욕탕이 있느냐고 누군가에 물었더니 맞은편 건물에 여학생 휴게실이 있는데 샤워시설이 있다고 한다. 가 보니 수면방도 있었다. 돌아와 내가 본 것을 이야기하자 2년 동안 학교에 다녔어도 그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속으로 불평하기 전에 일단 물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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