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고 추운 오늘, 역곡동 성당에서 세례식이 있었다. 어제 저녁에는 예행연습도 했다.
발레리아는 이년 반쯤 전 내가 살고 있는 빌라로 이사왔다. 앞집에는 그동안 젊은 남자들이 간혹 바뀌는 듯 했던 터라 여자가 이사를 오는 것을 보고 반가왔다. 혹시 도움이 필요할 지 모르니 전화번호도 텄다.
그 해, 비오던 어느 여름 밤. 전화가 왔다. 같이 맥주를 한잔 하고 싶다는 것이다. 당시 나는 1초가 아까웠다. 행여 누가 내게 말을 걸까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외로 꼬고 살던 때였다.
그 날은 비 때문이었나? 우리는 우산을 쓰고 길건너 금강치킨에 가서 가져간 그릇에 닭튀김을 담아 와 맥주를 마셨다.
그날 이후, 도시락 반찬을 만들다가 가끔 맛이 괜찮으면 밤에 발레리아네 문을 두들겨 접시를 하나 달라고 해서 반찬을 나누었다.
나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발레리아는 인근의 연구자 몇몇과 어울렸고 나는 그 이들을 통해 발레리아의 근황을 들었다.
발레리아가 성당에 다니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나는 같이 역곡2동 성당에 가서 예비자교리반에 연결해 주었다. 몇 달 후, 그 성당 예비자반을 그만 두고 명동의 교리반으로 옮겼다는 말이 들렸다. 다시 얼마 후, 거기도 그만두었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는 사이 내 논문이 통과되었다. 그제사 나도 주위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역곡동성당을 좋아한다. 평지로 걸어서 30분. 첫 미사는 6시 30분. 내게는 딱이다. 그 성당에 예비자교리를 시작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길래 발레리아에게 같이 가겠느냐고 물었다.
첫 날은 나도 함께 교리를 듣고, 다음부터는 교리 후의 교중미사를 함께 했다. 간혹 돌아오는 길에 물회나 꼬막비빔밥을 먹기도 했다. 나는 첫 미사 후 연구실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발레리아가 교리를 받던 몇달 동안 가능하면 교중미사에 갔다.
오늘, 성당의 첫 자리에 영세자, 그 뒷줄에는 대부 대모가 앉아 미사를 하였다. 이 성당에 온 후 이렇게 앞에 앉아 보기는 처음이다. 그동안에는 윤곽만 보이던 미사집전 사제의 표정도 보였다!!
오늘 세례를 받는 사람만이 아니라 유아영세를 받은 나에게도 이토록 예절에 온전히 잠겨드는 세례식은 처음이다.
내 생전 처음 누군가의 대모가 된 이 미사에서 기도문 한구절 한구절에 마음이 젖어들고, 내가 이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자각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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