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업 교수님의 '사회과학의 철학'강의는 오후 8시에 시작된다. 강의시간에 맞춰 집에서 출발하면 퇴근시간과 맞물려 소요시간이 2배 반이다. 그래서 점심을 먹고 한숨자고 출발해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저녁 강의를 듣기로 했다.
그런데 더불어숲 교실에서 내 옆에 앉았던 백경숙씨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금 성공회대학에 와 있다는 것이다. 왜요? 조효제 교수님의 강의를 들으러 왔댄다.
나는 성공회대의 다른 교수님에 대해 잘 모른다. 그게 뭔대요? 그 사람도 처음 누구를 따라 왔다니 당연히 아무 대답도 듣지 못했다.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이미 1시 반이다. 그래도 백경숙씨랑 차라도 한잔 할까 하고 집을 나섰다. 도착하니 이미 3시. 그런데 강의실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안을 살짝 들여다 보다 바로 교수님과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에잇! 내 놀란 표정을 보았는지 들어오라고 손짓까지 하신다. 할 수 없이 들어서니 뒷자리는 다 사람이 있고, 앞 쪽에만 빈자리가 있다. 으이구~
그렇게 뒷부분 한시간의 강의에 나는 또 홀랑 빠져들고 말았다.
그날의 주제는 '모어를 사용할 권리'이다. 모어라니! 그럼 서경석 선생을 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듣지 못한 부분은 훈민정음에 대한 것이었던 듯 하다. 훈민정음을 민중의 언어권리를 보장하겠다는 인권선언의 관점에서 해석하면서 '문맹이 종신형과 마찬가지'라는 말을 할 때는 맘이 울컥했다. 나 역시 문맹의 슬픔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토마스 페인, 크리시 마허, 유네스코 국제 모어의 날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으며 다시 한번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서 놀기로 한 내 선택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다. 집에와 책장을 보니 조효제 교수님이 번역한 '머튼의 평화론'이 있다. 누군지 몰랐지만 나와도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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