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면 약속을 잡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요즘 내 생활방식이지만 오늘은 먼 길 나섰다.
얼마 전, 눈 펑펑 쏟아지던 날. 지난 여름 꽃마을에서 내 옆방에 있었던 307호가 학교에 다녀갔다. 같이 천왕산과 수목원을 걷자 했는데 쌓인 눈땜에 그냥 연구실에서 차만 한 잔 마시고… 10월에 검사를 했더니 림프절의 암이 위로 전이되어 위의 2/3 정도 절제수술을 하고 지금은 논현동의 요양병원에 있다고 했다.
오늘은 302호가 삼성의료원에서 CT를 찍는다고 부산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307호와 나는 3시에 그를 만나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우리 셋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302호로부터 꽃마을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 곳을 떠난 지 겨우 넉달 반인데… 그 때 같이 있거나 알았던 이들 중 세상을 떠난 사람이 셋이나 된다.
302호는 12년 전 위암으로 절제수술을 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간에 새로운 암이 생겼다고 한다. 지난 넉 달 동안 항암을 하고 오늘 검사, 담주 결과를 본다. 그는 지금도 꽃마을에 있다. 그로부터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의 병의 추이,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보면서 느꼈던 슬픔과 충격을 들으며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를 나누었다.
위 절제 수술 후 아직 식사를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는 307호는 먹는 양이 아주 적다. 그래도 식사는 모두 맛있었다.
307호는 책을 두 권 가져와 우리에게 한 권씩 주었다. 나에게는 <가문비나무의 노래>… 그가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은 책이라고 한다. 나는 아직 읽지 않았는데도 위로가 된다. 이미 책에 두 사람의 온기가 어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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