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만에 몸살이 나려고 할 정도의 빡센 일정. 예정하지 않았던 뜻밖의 만남들은 기대치 않았던 선물이다. 대신 감수할 수 밖에 없는 피로는 그대로 누적된다. 막판에 천안에서의 번개팅이 추가되면서 입석으로 전주까지 가게 되었다. 같은 기차를 탔으나 입석은 천민이다. 기차와 기차 사이는 객실과 천지차이로 덥다.
갑자기 어디선가 언성이 높아진다. 특실 맨 뒤 공간에 서 있던 입석승객에게 승무원이 나가라고 한 것이다. 일반실 뒤쪽에는 사람이 서서 가는 것을 허용하지만 특실에는 객실 안에 서서 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맨 뒤에 서 있는 것이 누구에게 피해가 되는 것도 아닌데 왜 나가라고 하느냐, 그럴려면 객실 밖의 공간에 에어컨이 나오도록 해서 서 있는 사람이 더운데 서 있도록 하지는 말아야지. 그게 기술적으로 어려웠다면 왜 이런 환경에 사람을 방치하는 입석표를 파느냐'는 것이 이 쫓겨나온 승객의 항변이다. 승무원은 부드럽게 승객에게 설명한다. '나라도 같은 입장이면 화가 났을 것이다. 그러나 규정이 그렇다. 근무 후 일지에 승객의 항의를 기록할 것이고, 반영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말은 부드럽지만 결국 지금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바라보던 내가 슬쩍 말을 얹었다. '이 손님도 승무원의 고충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더운 바깥으로 나가라는 말에 순간적으로 울컥 하신 것 같다'고 하자 화를 내던 승객이 나를 보더니 순간적으로 표정이 핀다. 상황이 끝났다 싶은지 승무원의 긴장도 살짝 풀린다. 잠시 후, 되돌아 온 승무원은 '정말 미안하지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이것 밖에 없다'며 식수 한병을 그 승객에게 건넨다. 생수병을 하나 받아들고, 쑥스러워진 듯 그는 자리를 피해 특실을 지나 저쪽으로 사라져 갔다.
살아가는 일의 애잔함에 문득 가슴이 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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