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에 비행기가 도착하는 시간은 밤 10시 25분. 밖에 나오면 11시가 넘을 것이다. 걱정하는 나에게 '여행과 지도'의 대표는 공항에 들어오는 택시는 시에 등록이 되어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했지만 맘이 편치 않았다. 혹시 이상한 곳으로 가면 어쩌지? 빙빙 돌아 택시요금을 바가지 씌우는 건 아닐까? 나폴리는 험한 도시라던데... 등등 그러나 택시기사는 요금체계를 묻는 내게 표를 꺼내 보여주며 자세히 설명을 하고, 호텔에 도착해 서는 짐을 들어 옮겨 주었다.
다음날 아침, 택시로 다시 공항 근처로 가서 렌트카를 받았지만 15년 만에 그것도 내가 운전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수동 벤츠로는 후진도 할 수 없었다. 버벅대던 내게 주차장에서 차를 관리하던 이는 기본적인 작동법을 알려주었다. 네비에 주소를 입력하는 법도 그가 알려 주었다.
조심조심 첫 목적지로 갔지만 우리는 회사를 찾을 수 없었다. 한 시간을 헤매다 목이 말라 가게로 들어가 물을 샀다. 다시 한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회사를 찾지 못했다. 세번째 그 가게에 들어간 것은 회사 찾는 것을 반쯤 단념했을 때였다.
갈 때 마다 걱정스런 얼굴로 아직도 찾지 못했느냐고 묻던 노인은 우리에게 더이상 차로 주위를 돌지 말고 걸어서 한집한집 문을 두드리며 물으라고 조언을 한다.
초인종을 누르자 저 멀리 집 안에서 한 노인이 나온다. 몸이 불편한지 휠체어를 타고 천천히 대문쪽으로 오는 것을 본 동생이 '에구 어쩌지?'하며 미안해 한다. 그 노인은 우리가 찾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회사의 간판을 생각했지만 아무 특별한 표시도 없이 초인종 옆에 햇빛에 바래 거의 회색으로 작게 이름이 씌여 있었다. 문이 열리고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뜻밖에 아까 길을 가르쳐 준 노인이 저 건너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우리는 몇번이나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2시가 넘었다. 공장의 주인은 집으로 함께 가자고 하더니 전화를 한다. 그러나 전화기 너머 부인의 곤란해하는 마음이 전해 온다. 우리는 이미 이 공장을 찾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아까 구멍가게에서 점심거리를 사서 차에 가지고 있었다. 그말을 하자 그제서야 그 쪽에서 안심을 하는 듯 했다. 불시에 찾아온 불청객에게 열린 따스한 분위기는 인상적이었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며 이미 반쯤 친해진 다음 공장에서의 거래는 순조로웠다.
그날 하루를 머물렀던 나폴리는 일 때문에 관광객들이 찾는 어떤 곳도 가보지 못했지만, 내게 느껴지는 친근감은 비할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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