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에서 응급실 경험에 대한 설문조사 링크가 왔다.
어땠냐구?
목요일 PET 검사 결과를 의사에게 듣기로 예약되어 있었지만 그 날 나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예약을 미루고 싶다고 전화를 하자 월요일로 변경되었다.
월요일 오전 9시 50분. 뭐 5분이면 끝날거야. 근데 전철역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기다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벽에 기대 있었다. 뒤에 있던 사람이 가볍게 내 어깨를 건드리고 나서야 움직였다.
의사는 검사결과 폐에서 머가 보이는데 자세히 보고 싶다며 내일 CT를 찍으러 올 수 있느냐고 묻는다. 내일이요? 지금 집에도 갈 수 없을 거 같은데 어떻게 내일 또 올 수 있겠어요? 나는 그 자리서 X-ray와 혈액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앉아 있을 수가 없어서 빈 진료실의 간이 침대에 누워서... 간호사가 혈압을 재더니 저혈압이라고 한다. 그럴리가 없는데요. 먼 소리든 잘 믿지 않는 나^^ 그러자 수축기 혈압이 77인 계기판을 보여 준다.
잠시 후, 한 남자 직원이 휠체어를 갖고 와서 나를 응급실로 데려다 주었다.
응급실 입구에는 매우 방어적인 태도의 간호사가 있다. 얼마나 응급환자에게 시달리는 자리인지 짐작이 되었다. 첫 마디가 응급실에는 보호자가 있어야 한단다. 내가 혼자라고 하자 안된다고...
이번에는 다른 남자 직원이 와서 응급실 옆 다른 건물로 휠체어를 밀고 갔다. 응급실에 들어가기 원하는 사람은 언제나 넘쳐 난다. 아까 그 자리에서 줄이 있었는데... 이 건물은 그나마 등록을 한 사람들이 기다리는 곳이다.
아, 증말~ 누구 신세지지 않고 내 몸을 스스로 추스리고 사는 거이 쉽지 않고,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나는 할 수 없이 명희에게 전화를 했다. 명희와 살려면 거기 붙어있는 상태 안좋은 처형까지 챙기지 않을 수 없는 가엾은 제부가 명희를 병원까지 데려다 주고 갔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까지... 검사 오지게 하고, 수액과 진통제를 처방 받은 후 귀가. 명희는 내가 VIP 응급실 환자라고 웃는다. 나도 처음 와보았는데 예전 코로나 19 때 생긴 공간인 듯 하다. 각 환자가 격리된 병실에서 처치를 받는데 명희가 살펴 보더니 음압실인 듯 하다고 한다.
명희 전화를 받은 제부가 다시 병원으로 와서 나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멀리 갈 힘이 없으니 집앞 손두부 집에서 저녁을 먹고, 저녁값까지 제부가 내었다.
어제는 명희가 보낸 반찬거리를 가지고 호중이가 왔다. 아직 장을 보거나 야채를 씻기는 어려웠는데 국과 김치!! 오늘은 야채를 씻어 야무지게 다 먹었다!
어느 새, 금요일이 되었네.
병원에 대하여... 나는 시스템이 친절할 수 있다는 것을 마치 처음인 것 처럼 경험하였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안전망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사람이 하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말 여러 겹의 망이 촘촘이 그 사람을 감싸 주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어제는 혜중이가 입국하였다. 내가 보러 가지 못하자 혜중이가 일요일날 질녀와 함께 와서 집안 청소를 해 주겠다고 한다. ㅎㅎ 혜중이는 어려서부터 정리를 참 잘 했다!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나는 다시 힘이 돌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몸에 깃든 그 강한 생명력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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